WINTER to WINTER
from BIEI





비 에 이 로 부 터

WINTER to WINTER
from BIEI

겨울이 겨울에게 - 비에이로부터

NAM, INGEUN
Publisher : NAMIB
Book Size : 260 × 340 mm
Pages : 202 pages
Binding : Hardcover / Hard Case
Publication Date : 2018.3.10
Language : Korea, English
Edition : Limited Edition, 300 signed and numbered copies
ISBN 979-11-963129-0-9  07660
Photograph : NAM, INGEUN
Edited : NAM, INGEUN
Book Design : NAM, INGEUN / KIM, KYOUNGCHAN

발행  · 나미브
‌편집  · 남인근 
‌디자인  · 남인근, 김경찬

스스로 행복했던 푸르른 기억들을 담은 잎사귀들을 모두 떨구고 
흔적조차 남지 않는 혹한 추위를 이겨내며 흰 눈 속에 잠시 꿈꾸듯 나무가 서있다. 

적당히 은둔하고 적당히 소통하며 사는 것은 
스스로 정제하는 힘을 축적시키기 위해서이며 
예술가에겐 약간의 내적 분열과 약간의 광증이 창조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보다 하나의 감정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하며 
위태로운 모래성 같은 삶에서 만나는 서늘한 아름다움을 품은 풍경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한다.

자연의 위대한 존재 앞에서 한없이 미약한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러기에 관심에 반응하고 외면에 방황하고 사랑에 절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겨울이 겨울에게 말한다.

“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서 아프다 ”




A tree stands dreamingly in the snow through extreme cold,
without any leaves with lush memories.
To live in moderate seclusion and communicate properly is for building up the power of purification,
and also some confusion and madness can be the seeds of creation.
An utterly feeble fellow is lonely in the face of great nature, and so he may respond to others’
interests, feel lost from their disregards, and be desperate for love.
Winter says to another winter,


" We walk through pains forward life. "



WINTER to WINTER
겨울이 겨울에게, 사진이 당신에게 

어쩌면 내가 남인근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북해도 비에이 사진이었는지 모르겠다. 웬만한 풍경사진에 눈도 꿈쩍 않던 내가 보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한 것도 처음이었고, 예쁘기 만한 쨍 한 아름다움에 그리 큰 점수를 안주던 내가 아스라한 공명과 서글픈 잔영에 가슴 아렸던 것도 처음이었다. 사진가의 존재보다 사진의 존재를 먼저 알아버린 유일한 케이스였다.

남인근의 비에이 풍경에 매료된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이유는 같다. Winter... Window... Wind... 그러니까 그의 사진에는 겨울이 있고, 그 겨울을 바라보는 창문이 있고, 그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이 있다. 이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사진이 남인근의 사진이다.

어원을 따라가면 바람(Wind)이 구멍을 낸 것이 창문(Window)이고, 바람이 사는 곳이 겨울(Winter)이니 이들이 한 곳에서 태어나 자란 곳이 겨울 아니겠는가. 남인근의 겨울 풍경은 바로 이것들을 바라보게 하기에 내내 빠져 나오기 힘들었다.

겨울이 겨울에게...

이런 제목을 달 수 있는 사진작가 참 멋지다. 이런 풍경 속에 살아가는 남자 참 아름답다. 풍경은 말 그대로 바람(風)을 보는(景) 것이다. 겨울 풍경은 말 그대로 겨울 바람을 보는 것이다. 남인근의 겨울풍경에 포로가 되는 이유이다.

작게 ... 외롭게 ... 사라지게 ... 그리도 또 ... 그립게 ... 아프게 ... 이것이 남인근의 겨울의 모습이다. 겨울이 겨울에게(겨울을 사랑하는 자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가 말한다. “겨울에 길들여진 내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겨울 같은 당신에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서 아프다.”고. 세상에 이리 겨울을 잘 아는 사진가가 있을까. 또 이리 겨울의 속살을 만지는 남자가 있을까.

겨울은 여린 것이다. 너무 작아서 여린 것이고, 작고 여리기에 외로운 것이고, 그렇게 외롭기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라짐이 있기에 겨울은 그리운 것이고, 너무 그립기에 못내 아쉽고 아픈 것이다.

남인근의 겨울에는 이 모든 것들이 있다. 그리움은 바람을 따라 흐르고 서러움은 눈을 따라 내리고 애잔함은 소리를 따라 사라진다. 이 아프고 서러운 풍경들을 우리는, 아니 우리 모두는 겨울창가에서 넋 잃고 바라본다. 그리고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눈부셨던 봄날을, 뜨거웠던 여름을, 푸르렀던 가을을,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우리의 지난 시간을. 이것이 겨울이 겨울에게 주는 아름다운 기억, 추억이라는 감동이다.

사진은 추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라짐이 있기에 사진이 존재한다. 사진이 남인근 사진작가에게 속삭인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다고 .. 당신의 카메라가 존재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아서 행복했다고 ... 당신의 눈길이 아주 작은 의미 하나까지 보듬어서 행복했다고 ...

그렇게 어느 해 겨울 눈 속 실낱 같은 존재들에게 당신이 생명의 숨을 불어 넣어 준 것 그리고 말 없는 존재들에게 말할 수 있게 해 준 것, 그 모질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당신이 마주한 익명의 존재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 준 것, 그 익명의 존재들의 서러운 미완의 포즈들을 보듬어 준 것,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남인근 당신에게 감사하다고.

사진은 무엇보다 바라봄이며 그런 다음 알아봄이다. 바라봄에서 시작한 한 장의 사진은 누군가의 마음이다. 한 장의 사진에서 느끼고 행복감 그리고 사진과 감상자 사이에 울리는 공명과 여운은 사진이 주는 소소한 감미로움이다. 이것을 교감이라 하고 그 교감에 따른 울림을‘아우라’라고 한다면 남인근의 겨울보다 그립고 아름다운 아우라는 없다.

이런 작가를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고,
이런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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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론가, 한국사진연구소소장 - 진동선 Jin, Dongsun